저는 직장을 옮기고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이제까지 바쁘게 살아오던 것을 잠시 멈추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하루에도 몇 건씩 아이들, 학부모, 교사 상담을 해야하고 그 외에도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여러 사람들과 소통해야하는 것들이 버거워서 쉬고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막상 강제로 쉴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되니 마귀는 제게 또 생각을 넣었습니다.
'너 그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잖아. 아무도 널 찾지 않잖아. 너가 지금 막상 할 수 있는 일 아무것도 없잖아.
그 학교에서는 너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실제로 올해 옮긴 학교는 작년에 학폭과 학생선도가 전국에서 1위를 찍을만큼 학생지도 자체가 어려워 선생님들이
많이 지쳐있고 그러다보니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으며 냉담한 분위기가 컸습니다.
담당 부장님도 '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
우리 학교 애들은 그렇게 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너무 그렇게 뭘 해보겠다고 기대하다가 오히려 더 실망할 수 있다.
너무 일 많이 하려고 하지 말아라.' 라는 말씀을 계속 하셨는데, 어느새 이 말에 얽매여 아무도 저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괜히 위축되고 나는 이 곳에서 뭘 하는 사람인가 자신감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영원한 것이 내 것이 되어 살라' 말씀 받으면서 제가 여전히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내가 원하는 것들에
얽매여서 영원한걸 바라보고 있지 못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귀가 주는 그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자고 말씀시인을 계속했지만, 말씀시인 하다가도 막상 출근하면
너무 위축되고 무료한 상황이 자꾸만 생각에 사로잡히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도 말씀시인하면서 출근했는데, 출근길이 하나도 기쁘지 않고 오늘은 또 뭘 해야하나,
이런 분위기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에 사로잡히기만 했습니다.
늘 반복되는 상황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오늘은 걱정과 생각을 멈추고 사무실에 앉아 기도했습니다.
주님은 계속 제 마음을 두드리고 계셨는데 눈앞에 보이는 걱정과 말들로 마음을 꽁꽁 닫아두고 있었음을 회개하고,
그동안 입술에 말씀은 떠돌았지만 사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주인되었던 말들과 상황, 생각들이 무엇인지 돌아보며
주님과 대화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잠깐 썩어 없어질 것들에서 다시 영원한 것을 바라보고, 나를 창조하신 그 모습으로 회복하기를 원하시는 주님과
함께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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